GIFT
gift란은 소설란과 그림란 두가지가 있습니다.
새 그림은 main페이지의 썸네일이나 아래 최근 게시물에서 보실 수 있고,
전체 리스트는 좌측 상단의 메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리인이 아닌, 다른 분들의 소중한 소설이나 그림입니다.
무단전재나 도용을 금합니다.
Gift_novel
-
[seijurou님의 축전] A Better Day - 11
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마지막 날========================== 눈이 소복하게 내려와 세상을 가린다. 어두운 세상에 낳은 흰색은 주위의 어둠을 삼키며 세상에 내려온다. 눈앞이 어지럽고 몸의 열기는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자고 있는 레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걸음을 옮긴다. 문을 열자 대빙하의 한기가 몰려왔지만 아직도 몸은 그 열기를 녹일 만큼 뜨겁다. 이상하리만큼 바람이 잔잔하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땀... 휘청거리는 다리... 흐릿한 눈... 《사박사박》 눈을 밟는 소리가 어둡고 조용한 세상에 울려 펴져 나간다. 한참을 걸어 나갔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걸음... 아니 도망이라도 치고 있는 듯한 걸음은 시간에 따라 제 속도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멈칫...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얀 눈... 새하얀 눈이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지운다. 그리고 순간 목이 타 들어가는 고통과 살을 에이는 듯한 복통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거친 호흡에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돌연 쏟아져 나오는 구토... 정신을 차릴 세도 없이 입으로 토해낸다. 입안을 가득 메운 피비린내... 하얀 손으로 입을 막아 본들 역부족... 자꾸만 봇물 터지 듯 흐르는 핏물... 역한 철향과 함께 현기증이 날 정도의 붉은 색은... 주위를 붉게 물들고 자신마저도 물들여버린다. 눈의 흰색... 피의 붉은색... 서로 대조를 이루며 시야에 선명하게 각인 되어 온다. 눈물과 정신을 놓아버린 탓에 흐릿한 시야에 피에 물든 자신의 손이 비친다. 나는 이제 없지만.... 나는 너를 버린 것이 아니다... 나의 마음은 너에게 두고 간다... 너와 마찬가지로 나의 맹세는 거짓이 없다... 그러나 너는 날 용서 할 수 있을까...? 루퍼스의 몸이 시간의 흐름을 지연시키듯 서서히 눈 위로 무너져 내렸다. 그를 지탱할 것은... 어디에...? 너는... 어디에 있어...? --------------------------------------------------------------------------------------"루퍼스님...?" 순간적인 한기가 몸을 스친다. 육신을 뒤척여 가까이에 있는 온기를 찾는다. "으, 응...?" 사라진 기척... 잠시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다시 눈을 붙이려다 문득 밖을 바라본다, 불길한 예감에 어질러진 의복을 챙겨 밖으로 뛰어 나간다. 루퍼스님...!!! 유례없이 차가운 광기와 같은 바람이 분다. 새하얀 대빙하의 추워는 뼈를 에이고 살을 베어 내가는 살의(殺意)... 방정맞은 나의 머리가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길 원하며 걸음을 빨리한다. 그리고 소복이 내려앉은 새하얀 눈의 세계에서 발견한 나의... 피와 같이 붉은 색과 눈과 같이 하얀색.... 휘청휘청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아 걸음을 옮긴다.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아 눈을 비벼본다. 그가 쓰러져 있는 현실이 의심스러워 자신의 뇌를 책망한다. 곂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의 상체를 안아 올린다. "루, 루퍼스님..." 소리는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루퍼스님... 루퍼스님.. 루퍼스님..." 눈물이 되어 흩어진 바람을 들으며 닫힌 당신의 눈이 떠지기를...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웃어주기를... 끊임 없이 이름을 속삭여...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를.... 나의 온기가 당신에게 돌아가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말해주기를.... 안은 그의 몸은 방금까지의 온기를 지운 듯 차갑게 식어 내려가고 있었다. "왜...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이런 곳에 있으니까... 몸이 차가워진 겁니다..." "이렇게 피를 많이 토해냈으니까..." "추운 겁니다..." "돌아가요..." 이런 추운 장소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째서 이런 곳에서 주무시는 겁니까...?" 아까까지의 행복한 곳으로... "자 이제 일어나주세요..." 이제 날이 밝아옵니다... "루퍼스님..." 부탁합니다. 부디 일어나 주세요. 눈을 열어 나를 보아주세요... 겁쟁이처럼 떨고있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아주세요... 나를 보며 웃어주세요... 나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를 보며... 나를 보며.... "루퍼스님―!!!!!!" 대빙하의 설원 속 절규... 하늘에서 대빙하의 눈물이 내려온다. 조각조각 하늘의 조각이 내려온다. 세상 모든 것에 평등하도록 조용히 내려온다. 세상 모든 것을 위해 나와 그를 가려주기 위해... 하늘이 눈물을 흘린다. 어째서..? 왜? 손안에 잃은 행복이 다시 손안에서 생겨... 정신을 부셔낸 후 다시 모래와 같이 손안에서 흩어져 내린다. 함께 있었는데... 계속 함께 있었는데... 당신의 웃는 얼굴에 안심해서.... 당신의 말에 안심해서... 내 안에 따뜻한 온기에 안심해서... 그것을 잃게 될 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낙관성에 대한 후회.... 누구보다 먼저 알아야 했다. 자신을 깨 닫아야 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괴로웠을 텐데... 분명 웃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안심시킨...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이 아파 와... 자신이 흘리는 싸구려 눈물이 현실을 인정해온다... 목에서 솟아 나온 오열이 대빙하의 울음소리와 하늘에서 내린 눈물이 언제나 소리를 죽여... 당신을 위해 운다... "우는 방법은 잊어 버렸다... 어떻게 할까...?" 창백하기 그지없는... 유리같이 푸른 눈동자를 소유한 새하얀 얼굴의 새빨간 입술이 움찔거린다. 그리고 뜬금 없는 질문이 나온다...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 루퍼스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할까...? 너라면 소리를 칠까...? 아니면 파괴(破壞)를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정신을 부술까...? "대신 울까요...?" "응...?" "루퍼스님이 우는 방법을 잊었다면 제가 대신 슬퍼하지요. 제가 대신 울 겁니다... 안됩니까...?" 마치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는 말투... "아니... 아니... 그래 나 대신 울어..." 루퍼스가 웃는다. 너는 나를 대신해 울어 주겠나...? 이제 그만... 이제 됐으니까... 이제 그만... 같이 갈꺼니까... 너의 상냥한 눈물... 너의 따뜻한 말... .. 그리고 새하얀 눈과 같이 깨끗한 기억과... 피가 흐르는 마음... 내가 갈무리에 가져 갈테니까... 내가 너에게 준 것도... 네가 나에게 준 것... 모두 내가 가져 갈테니까... 이제 그만 울어.... 나를 위해 그만 울어... 그리고...... 미안...... -------------------------------------------------------------------------------------- 아침의 따가운 햇빛이 새하얀 눈에 비춰 세상이 눈부셔서 눈을 떠 있을 수 없다. 그 탓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런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왜 일까...? 저 새하얀 눈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 온다... 왜 일까...?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 대 빙하 한가운데...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고고하게 피어있는 붉은 꽃은... 죽은 자의 망혼(亡魂)... 미안... 언제나 마음으로만 사과한다. 거짓말해서 미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미안... 자네가 나에게 주었던 상냥하고 하얀 눈처럼 깨끗한 기억도... 그렇게 주었던 그 모든 것을 되돌려줄 수 없어서 미안... 나는 절대 사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 하지만 나를 기억해주길... 자네는 그저 살아만 있어주길... 난 자네 말대로 잔인한 사람이니까... 내 소망을 들어주길 바래... ――――――――――――――――――――――――――――――――――――――――――――― PS. 준다 준다하고 너무 늦은 거 같은데...... 미안타 늦었지...? 늦은 주제에 허접하다 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라... 나름대로 열심히 섰다. 그리고 시리어스는 힘들다.... 신라 붕괴 이후의 레노루. 아름답고 슬픈 느낌이 강한 소설입니다. 정해진 마지막 루트를 따라 하루하루 정신이 무너져 가는 듯 보여서 상당히 슬픈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련하게 그려진 둘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디폴과는 다른, 어쩐지 처연한 느낌의 예쁜 사장과, 평소와 같은듯 하지만 조금 다른, 사장만을 바라보는 레노의 모습도 매우 사랑스럽습니다. 그 사랑이 평소의 가벼움과는 상반되게 어쩐지 아플 정도로 무겁게 와 닿아서 최종장에선 어쩐지 루퍼스보다는 레노에 이입하게 되기도 합니다. seijurou님, 좋은 소설 감사합니다.
2020-08-04 19:22:22 -
[seijurou님의 축전] A Better Day - 10
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2일============================= 레노는 입으로 안심을 외치지만 불안한 마음에 루퍼스를 놓아주지 않았다. "레노..." 단순히 아무 말 없이 안고만 있는데도 레노의 불안감이 느껴진다. 레노는 루퍼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미동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음이 전해질 것인가... "나의 마음은... 언제까지나...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루퍼스가 레노의 손을 쓰다듬으며 "......" "레노...? 자 여기 봐바 레노...." 레노가 얼굴을 묻고 있는 어깨가 아파 온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생각인가...? 슬슬 짜증이 난다. 하지만 한편으로 편안하다. 레노의 향기가 코끝에서 떠나지 않는다. 서늘한 스킨과 로션 냄새.... 회사에서 레노와 마주치면 은근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했던... 사실 그때 회의실과 복도에서 풍기던 냄새는 레노가 일부러 로션을 뿌리고 다녔다는 일문이 있었지만.... 어쨌든 좋았다... 안심이 됐었다... 그리고 즐거웠다... 매일같이 상상했다... 언제나 하루가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스킨냄새가 지워지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언제나 날 바라보는 눈빛이... 나에게 하는 말들이... "결정했어. 당신은 꼭 내가 지켜줄게 부사장~!"' 그 때의 맹세는... 거짓은 없었다... 하지 못한 말... "믿어보지..." 루퍼스는 손을 올려 레노의 머리를 잡는다. 그리고 "네...?" "날 지켜준다는 자네의 말 믿어본다고..." 나는 믿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해~!!" 루퍼스는 잔득 심술 맞은 목소리로 짜증을 내본다. "쳇~! 분위기 좀 잡을 라고 했더니..." "분위기 그만 잡고 답답하니 이제 그만 두라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가..?" 루퍼스는 몸을 꼭 껴안은 채로 때어 놓지 않는 레노의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겨우 고개를 든 레노가 루퍼스의 얼굴을 보았다. 루퍼스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레노의 얼굴을 잡고 입맞추었다. "루퍼스님.....?" "사랑한다..." "어...?" 한순간의 소리가 갑자기 흘러나와 공기를 흔들어 놓는다. "뭐... 뭡니까.... 갑자기....!!!" 놀라서 소리를 치지만 목소리에 담긴 환희를 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흐음..." "그치만 사실이니까..." 내뱉어 버리듯 말을 흘린 루퍼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는 행동이 소용없게도 하얀 얼굴이 유난히 붉게 보인다. "와하하... 그럼요... 사실이죠... 사실이라고요~!!" 레노는 기쁜 듯 크게 웃으며 루퍼스를 안고 굴렸다. "야야~!!" 루퍼스는 사실 싫지 않은 듯 이내 소리가 작아졌다. "난요 절대 당신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와하하~!" 기쁜 듯 환희에 찬 레노는 루퍼스의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어서야 멈췄다. "사랑합니다. 사장님 정말이지. 사랑해요..." "...알아... 나도 알아..." "나에겐 당신뿐이에요..." "알아... 알고 있어... 안다고..." "헤에... 거짓말..." 어느새 레노의 손에 의해 루퍼스의 옷은 침대 밑으로 다이빙했고 서로가 서로를 만지면 서로의 체온을 나누었다. 레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루러스가 교성을 울리고 자극적인 행위는 그 끝을 알고 없을 만큼 격렬하고 극성으로 흘렸다. --------------------------------이하 자체 심의검열----------------------------------- 하체의 자극은 열에 들뜨고 둘의 숨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서로를 느낀다.」 생리적으로 흐르는 고통의 눈물이 고혹하고 아름다웠다. 레노는 루퍼스의 투명한 유리구술같은 눈물에 입을 맞추며 더욱 꼭 껴안았다. "괜... 찮아요...?" 바보 같을 정도로 어이없는 질문... 루퍼스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안아... 잔물결이 일들, 퍼져만 가는 불안... 결국 언제 가는 마지막이 온다. 그러나... 그 것으로 좋은가...? 정말 그것으로 좋은가...?
2020-08-04 19:16:08 -
[seijurou님의 축전] A Better Day - 9
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3일============================= 오늘은 리브가 방문했다. 잠시 루퍼스의 상태를 살피려 온 것이다. 그는 진찰 외에도 루퍼스가 즐기는 케이크와 차를 수반해 봤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안색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레노가 잠시 자리를 떴을 때, 리브가 루퍼스 안색의 변화에 지적해 온다. "들켰군..." 리브의 예리함에 놀라고 만다. 그는 레노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리브 역시 공범자일 뿐이다. 그는 레노가 모르게 비어있는 약병을 채웠다. 그리고 루퍼스에게 저녁을 권유 받았으나 레노의 서슬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퍼스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같은 소리와 레노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아이시클로지를 떠났다. 리브가 왔다간 자리를 정리한다. 사실 정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무심코 열어본 서랍 속에 약병이 발견 됐다. 약병에 담긴 약은 마약과도 같은 진통제... 어째서 이곳에 이것이 있는가...? 순간 손끝에서 피어난 불안감이 먹물이 번지듯 퍼져 간다. "그거 예전에... 자네가 이곳에 오기 전에... 복용한 거다..." 등뒤에서 담담한 루퍼스의 음성이 들린다. "아하하 그런가요...?" 멍청한 웃음이 나온다. 차가워진 공기는 식어가고 있지만 가슴속에서 피어난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이제는 유리장과 같이 깨질 것 같은 순간으로 조여온다.
2020-08-04 19:15:37 -
[seijurou님의 축전] A Better Day - 8
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4일============================ 행복한 하루... 아침 늦게 그사람과 함께 일어나 식사를 한다.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신다. 차와 함께 부드러운 쉬폰 케익을 먹는다. 서로에 얼굴에 먹는 것을 핥아내고 아쉬운 듯 서로의 입술을 탐한다... 그리고 결국 서로를 원한다. 살얼음 위에 올려진 정신... 보이지만 보이지 않다. 의도하지 않은 외면으로 나의 정신이 부서지는 것은 막아낸다. 이대로 라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가...? 나는 결국 죽어간다... 과연 이것은 행복인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
2020-08-04 19:14:28 -
[seijurou님의 축전] A Better Day - 7
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5일============================== 시내로 다시 레노를 보내고 집안으로 돌아와 시트라도 정리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돌연, 시야가 흔들리고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 언제와 같은 빈혈인가 대단치 안을 꺼라 생각하는데 목구멍 안쪽이 뜨겁다. 입안에서 혈향(血香)의 비린내가 난다. "제길..." 그 향은 구역질을 동반해 목구멍을 치솟아 손으로 막는 것이 무의미하게 입에서 손안으로 흘러내린다. 그리고 생리적인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새빨간 것이 넘쳐흐른다. 방안에 혈향(血香)이 내려앉는다. 현기증과 동시에 결국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의식은 점점 자신을 떠난다. 레노가 오면 놀랄텐데... 이렇게 쓰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찰나의 방심으로 정신을 놓쳐버렸다. ----------------------------------------------------------- 힘겹게 눈을 뜨면 자신은 자신이 쏟아낸 피 위에 쓰러져 있었다. 흔들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지탱해 일어나면 자신이 방 한가운데 쓰러져있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방안의 혈향(血香)이 역겹다. 끈적끈적한 촉감 역시 기분을 상하게 한다. 오한이 들어 몸이 떨린다. 체온이 어디까지 떨어진 것인가 생각하며 일단은 환기를 생각한다. 침대에 있는 시트를 걸치고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들여 걸음을 옮겨 창문을 열었다. 서늘하다 못해 매섭다. 차갑다 못해 눈물이 난다. 다음은 피를 닦아내야 한다. 빨리 닦지 않으며 바닥에 베어버린다. 피를 지우는 것은 고도의 기술... 그러나 이것이 과연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한 양이었다. 옷을 벗어 갈아입고, 걸치고 있던 시트와 피를 닦은 천과 함께 소각한다. 피에 물든 것은 모두 태워낸다. 많은 시간이 들인 증거(證據)인멸(湮滅)... 빨리... 조금 있으면 그가 레노가 돌아온다... 레노는 그렇게 보여도 상당히 예민해서 그 누구보다도 속이기 힘들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루퍼스는 방안을 돌아보며 흐릿한 눈을 감는다. 이미 혈향(血香)은 지워졌고 피와 관련된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레노가 들어온다. "루퍼스님~!!!" 급하게 돌아온 그는 역시나 루퍼스부터 찾는다. 정말이지 예상하기 쉬운 머리다... "루퍼스님~! 루퍼스님~!" 역시나 끊임없이 루퍼스의 이름을 부르며 집안을 뒤지다 침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정신없이 자고 있는 루퍼스에게 달려온다. "루퍼스님...? 자고 계시는 겁니까...?" 어느새 목소리가 작아진다. 문득(지금에서야) 그는 루퍼스가 병석에서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에서 나오는 한숨은 안도와 아쉬움이 묻어 나온다. 레노는 침대가 흔들리지 않게 옆에 앉아 루퍼스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사람... 그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디까지 사람을 놀라게 해야 속이 편한 걸까...? 제일 피크는 웨폰에 의한 신라빌딩 붕괴... 나는 자신이 왜 그를 두고 임무에 투입되어 있었는지 저주했다. 그를 지켜준다 매일 같이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 버렸다. 내가 그를 잃고 자신을 부셔버린 것도 과거가 되었다. 내 생애 최고의 행운... 그를 만났다는 것... 그를 되찾은 것... 그와 같이 있는 것... 그가 나의 것이 되는 것... 나는 행복하다...
2020-08-04 19: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