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마지막 날==========================

 

눈이 소복하게 내려와 세상을 가린다.

 

어두운 세상에 낳은 흰색은 주위의 어둠을 삼키며 세상에 내려온다.

 

 

 

눈앞이 어지럽고 몸의 열기는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자고 있는 레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걸음을 옮긴다.

 

 

문을 열자 대빙하의 한기가 몰려왔지만 아직도 몸은 그 열기를 녹일 만큼 뜨겁다.

 

이상하리만큼 바람이 잔잔하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땀...

휘청거리는 다리...

흐릿한 눈...

 

 

《사박사박》

 

눈을 밟는 소리가 어둡고 조용한 세상에 울려 펴져 나간다.

 

한참을 걸어 나갔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걸음...

아니 도망이라도 치고 있는 듯한 걸음은 시간에 따라 제 속도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멈칫...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얀 눈...

새하얀 눈이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지운다.

 

 

그리고 순간 목이 타 들어가는 고통과 살을 에이는 듯한 복통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거친 호흡에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돌연 쏟아져 나오는 구토...

 

정신을 차릴 세도 없이 입으로 토해낸다.

 

입안을 가득 메운 피비린내...

 

하얀 손으로 입을 막아 본들 역부족...

자꾸만 봇물 터지 듯 흐르는 핏물...

 

역한 철향과 함께 현기증이 날 정도의 붉은 색은...

주위를 붉게 물들고 자신마저도 물들여버린다.

 

눈의 흰색...

피의 붉은색...

 

서로 대조를 이루며 시야에 선명하게 각인 되어 온다.

 

눈물과 정신을 놓아버린 탓에 흐릿한 시야에 피에 물든 자신의 손이 비친다.

 

 

 

나는 이제 없지만....

 

나는 너를 버린 것이 아니다...

 

나의 마음은 너에게 두고 간다...

 

너와 마찬가지로 나의 맹세는 거짓이 없다...

 

 

 

 

 

그러나 너는 날 용서 할 수 있을까...?

 

 

 

루퍼스의 몸이 시간의 흐름을 지연시키듯 서서히 눈 위로 무너져 내렸다.

 

 

 

 

그를 지탱할 것은...

 

 

 

 

어디에...?

 

 

 

 

 

 

너는... 어디에 있어...?

 

--------------------------------------------------------------------------------------"루퍼스님...?"

 

순간적인 한기가 몸을 스친다.

육신을 뒤척여 가까이에 있는 온기를 찾는다.

 

"으, 응...?"

 

사라진 기척...

 

잠시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다시 눈을 붙이려다 문득 밖을 바라본다,

 

불길한 예감에 어질러진 의복을 챙겨 밖으로 뛰어 나간다.

 

 

 

 

루퍼스님...!!!

 

 

 

 

유례없이 차가운 광기와 같은 바람이 분다.

 

새하얀 대빙하의 추워는 뼈를 에이고 살을 베어 내가는 살의(殺意)...

 

방정맞은 나의 머리가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길 원하며 걸음을 빨리한다.

 

 

그리고 소복이 내려앉은 새하얀 눈의 세계에서 발견한 나의...

 

 

피와 같이 붉은 색과 눈과 같이 하얀색....

 

 

 

휘청휘청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아 걸음을 옮긴다.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아 눈을 비벼본다.

 

그가 쓰러져 있는 현실이 의심스러워 자신의 뇌를 책망한다.

 

 

 

 

곂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의 상체를 안아 올린다.

 

"루, 루퍼스님..."

 

소리는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루퍼스님... 루퍼스님.. 루퍼스님..."

 

눈물이 되어 흩어진 바람을 들으며 닫힌 당신의 눈이 떠지기를...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웃어주기를...

 

끊임 없이 이름을 속삭여...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를....

 

 

나의 온기가 당신에게 돌아가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말해주기를....

 

 

 

안은 그의 몸은 방금까지의 온기를 지운 듯 차갑게 식어 내려가고 있었다.

 

 

 

 

 

 

"왜...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이런 곳에 있으니까... 몸이 차가워진 겁니다..."

 

 

 

"이렇게 피를 많이 토해냈으니까..."

 

 

 

"추운 겁니다..."

 

 

 

"돌아가요..."

 

 

 

이런 추운 장소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째서 이런 곳에서 주무시는 겁니까...?"

 

 

 

아까까지의 행복한 곳으로...

 

 

 

 

"자 이제 일어나주세요..."

 

 

이제 날이 밝아옵니다...

 

 

 

 

"루퍼스님..."

 

 

 

 

 

부탁합니다. 부디 일어나 주세요.

 

 

눈을 열어 나를 보아주세요...

 

 

겁쟁이처럼 떨고있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아주세요...

 

 

나를 보며 웃어주세요...

 

 

나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를 보며...

 

나를 보며....

 

 

 

 

 

"루퍼스님―!!!!!!"

 

 

 

대빙하의 설원 속 절규...

 

 

 

 

 

 

 

 

하늘에서 대빙하의 눈물이 내려온다.

 

조각조각 하늘의 조각이 내려온다.

 

세상 모든 것에 평등하도록 조용히 내려온다.

 

 

세상 모든 것을 위해 나와 그를 가려주기 위해...

하늘이 눈물을 흘린다.

 

 

 

 

 

어째서..? 왜?

 

 

 

 

 

손안에 잃은 행복이 다시 손안에서 생겨...

 

정신을 부셔낸 후 다시 모래와 같이 손안에서 흩어져 내린다.

 

 

함께 있었는데...

계속 함께 있었는데...

 

당신의 웃는 얼굴에 안심해서....

당신의 말에 안심해서...

내 안에 따뜻한 온기에 안심해서...

 

 

 

그것을 잃게 될 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낙관성에 대한 후회....

 

 

누구보다 먼저 알아야 했다.

자신을 깨 닫아야 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괴로웠을 텐데...

 

분명 웃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안심시킨...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이 아파 와...

자신이 흘리는 싸구려 눈물이

현실을 인정해온다...

 

 

 

목에서 솟아 나온 오열이 대빙하의 울음소리와 하늘에서 내린 눈물이

 

언제나 소리를 죽여...

 

당신을 위해 운다...

 

 

 

"우는 방법은 잊어 버렸다... 어떻게 할까...?"

 

창백하기 그지없는...

유리같이 푸른 눈동자를 소유한 새하얀 얼굴의 새빨간 입술이 움찔거린다.

그리고 뜬금 없는 질문이 나온다...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

 

루퍼스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할까...?

 

너라면 소리를 칠까...? 아니면 파괴(破壞)를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정신을 부술까...?

 

"대신 울까요...?"

 

"응...?"

 

"루퍼스님이 우는 방법을 잊었다면 제가 대신 슬퍼하지요.

제가 대신 울 겁니다... 안됩니까...?"

 

마치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는 말투...

 

"아니... 아니... 그래 나 대신 울어..."

 

루퍼스가 웃는다.

 

 

 

 

 

너는 나를 대신해 울어 주겠나...?

 

 

 

 

 

 

이제 그만... 이제 됐으니까...

 

이제 그만... 같이 갈꺼니까...

 

너의 상냥한 눈물...

 

너의 따뜻한 말... ..

 

그리고 새하얀 눈과 같이 깨끗한 기억과...

 

피가 흐르는 마음...

 

내가 갈무리에 가져 갈테니까...

 

 

내가 너에게 준 것도...

 

네가 나에게 준 것...

 

 

모두 내가 가져 갈테니까...

 

 

 

 

이제 그만 울어....

 

나를 위해 그만 울어...

 

 

 

 

 

 

 

 

 

 

 

 

 

 

 

그리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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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따가운 햇빛이 새하얀 눈에 비춰 세상이 눈부셔서 눈을 떠 있을 수 없다.

 

 

그 탓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런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왜 일까...?

 

 

저 새하얀 눈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 온다...

 

 

왜 일까...?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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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빙하 한가운데...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고고하게 피어있는 붉은 꽃은... 죽은 자의 망혼(亡魂)...

 

미안...

언제나 마음으로만 사과한다.

 

거짓말해서 미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미안...

자네가 나에게 주었던 상냥하고 하얀 눈처럼 깨끗한 기억도...

그렇게 주었던 그 모든 것을 되돌려줄 수 없어서 미안...

 

나는 절대 사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

 

하지만 나를 기억해주길...

자네는 그저 살아만 있어주길...

 

난 자네 말대로 잔인한 사람이니까...

내 소망을 들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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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준다 준다하고 너무 늦은 거 같은데...... 미안타 늦었지...?   

    늦은 주제에 허접하다 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라...

    나름대로 열심히 섰다. 그리고 시리어스는 힘들다....

 


신라 붕괴 이후의 레노루.

아름답고 슬픈 느낌이 강한 소설입니다.
정해진 마지막 루트를 따라 하루하루 정신이 무너져 가는 듯 보여서 상당히 슬픈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련하게 그려진 둘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디폴과는 다른, 어쩐지 처연한 느낌의 예쁜 사장과,
평소와 같은듯 하지만 조금 다른, 사장만을 바라보는 레노의 모습도 매우 사랑스럽습니다. 
그 사랑이 평소의 가벼움과는 상반되게 어쩐지 아플 정도로 무겁게 와 닿아서 최종장에선 어쩐지 루퍼스보다는 레노에 이입하게 되기도 합니다.
 

seijurou님, 좋은 소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