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7 Fanfiction Story
of Rufus sinra [ F.A. ]

 

 

제 1 장 : 지평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1)

 

 

마광도시 미드갈.

그것은 자연의 힘에 굴복하며, 순종하면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이 최초로 자연을 거부하고 홀로 서기를 선언한 거대한 도시였다. 강력한 힘을 가진 마광의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은 완벽하게 자연에서 분리된 듯 보이는 이 도시를 완성하고, 그 단단한 벽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다. 높고 높은 빌딩들,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들의 소음. 마광의 빛을 빌린 도시가 밝힌 전구의 불빛은 밤하늘의 별들이 눈을 감도록 만들었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골목에서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소년은 조용히 뒤를 따르고 있는 또 다른 소년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 조용히 .... 어서어서 여길 뜨자. "

하나같이 10대 초반에서 그보다 조금 위로 보이는 소년들은 그 품에 가득히 무언가를 안고서는 긴장된 표정으로 맨 앞의 소년을 뒤따랐다. 허름한 옷차림에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년들은 소중하게 가슴에 안은 보따리를 꼭 끌어안은채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그 보따리 안에는 미드갈의 '상층부'의 도시의 한 가게에 몰래 들어가 훔쳐나온 전리품들이 들어있었다.

" 헷, 이정도는 손쉽지. '위'의 녀석들은 허술하다니까. "

도시의 하층부, '슬램'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보이는 곳에 도달하자, 리더의 위치에서 일행들을 이끌던 검은 머리의 소년은 살짝 안도의 표정을 내비치며 말했다. 그의 말에 다른 소년들의 얼굴에도 안심하는 기색이 퍼져나갔다.

" 자아, 어서 돌아가서 몇일 간은 아무 걱정없이 즐겨보자구! "

검은 머리 소년이 힘차게, 그러나 목소리를 낮추어 그렇게 말하며 일행을 돌아보는 순간, 어두운 밤의 허공으로 날카롭게 예리한 선을 그으며 경계음이 울려퍼졌다.

" 거기! 네 녀석들, 멈춰라!! "

" 이런 제길, 경비병이다! 빨리 뛰어! "

순식간에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리더는 재빠르게 지시를 내려 슬램으로 연결되는 통로까지 단번에 뛰어갈 것을 명했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의 발걸음이다. 마음 속에 초조함이 가득 번져나갔다.

그 순간, 중간에서 달리고 있던 소년 한 명이 뒤로 뒤쳐지더니, 발이 무언가에 걸린 듯 땅으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리더인 소년은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 루!! "

리더는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 넘어진 소년에게로 달려가려 했으나, 땅에 넘어져 있던 소년의 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되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주저하던 것을 한순간이었다. 리더는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돌려 쓰러진 소년을 외면한 채 슬램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향해 뛰어갔다.

' 제길...!! 저 자식은 항상 제 멋대로야!!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라! 용서안한다... 지가 영웅인 줄 알어! ....... 루.....'

이를 악물고 뛰어가는 리더의 머릿속에서 걱정과, 그로인한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같이 커온 만큼, '루'라고 불리운 소년이 무언가 생각이 있었기에 뒤에 남은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잘 알고 있는 것과 걱정은 별개의 것이다. 만약에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용서 안 할 것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소년은 리더의 위치를 자각하며 다른 소년들을 인도했다.

" 이녀석!! 슬램의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어딜 기어올라와서!! "

경비병은 도로에 쓰러진채 꼼짝 못하고 있는 소년을 잡아 올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딴 녀석들이 가끔씩 기어올라오니까, 이런 야밤에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경비를 서지 않으면 안되는거다. 이번에는 톡톡히 쓴 맛을 보여줘서 두 번다시 함부러 기어나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맹세하며 경비병은 자신이 잡은 도둑놈의 얼굴을 확 위로 잡아올렸다.

그러나 그 경비병은 본때를 보여주려던 험악한 기분이 멈칫하며 꺾이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당황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의 손에 끌어올려진 '슬램의 쓰레기'의 맑으면서도 깊은 푸른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그는 멍해짐을 느꼈다. 손아귀에 잡혀있는 장갑을 통해서도 그것이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머리칼의 색은 벌꿀과도 같은, 농도깊으면서도 진하지 않은 금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착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 슬램태생으로는 생각되어지지 않는 하얀 피부. 무엇보다도 그에게 당혹감을 느끼게 만든 것은 미드갈에 오기 전에 자신의 고향에서 자주 보았던 푸르고 깊은 하늘을 담아낸 듯한 두개의 호수와 같은 눈동자였다.

그 경비병은, 정말로 평범한 경비병에 불과했다. 겨우 10살에서 11살 정도 먹은, 그것도 소녀라고 생각되어지는 어린아이를, 비록 말은 험하게 했지만 정말로 본때를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사악한 인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경비병의 얼굴에는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마음의 혼란 속이 '루'라고 불린 아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빼앗가 갔다. 오히려 자신을 붙잡고 있던 어른보다 침착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아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우앗!! "

아이는 온 몸을 힘을 실어 경비병의 복부에 부딪혀 갔다. 갑작스런 아이의 행동과 그에 따른 충격에 경비병의 몸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아이는 총을 들고 있는 손쪽으로 팔을 뻗어서는 온 몸으로 경비병이 가지고 있는 장총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경비병이 땅바닥에 등을 심하게 부딫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총을 잡고 있던 팔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에 그 총을 감싸안고 있던 온 몸을 비틀어 원하던 물건을 빼앗아 내었다.

" 이.. 녀석이!! "

등허리가 생각보다 더 심하게 지끈 거리며 통증을 호소했으나, 경비병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넘어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런 그의 노력도 헛되이, 그를 반긴 것은 주인도 몰라보고 총구를 이쪽으로 들이밀고 있는 장총이었다.

" ..... 크윽..... "

경비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순간의 실수로 총을 빼앗기긴 했지만, 상대는 어린아이, 그것도 아무리 봐도 소녀로 밖에는 안보이는 연약한 아이인 것이다. 그는 억지로 구겨졌던 얼굴을 피며 여유만만한 것 처럼 보일려고 허세를 부렸다.

" 장난은 그만 두도록 하지, 꼬마야? 그것은 니가 가지고 놀기엔 너무 위험한 장난감이다. 어차피... 쏠 줄도 모르는 것을 가지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어서 이쪽으로 넘겨라. "

금발의 아이는 경비병의 말에 조금 움찔 몸을 떨었다. 경비병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역시나 아이는 아이에 불과하다. 여기서 조금 더 강하게 나가면...

" 자자, 크게 나쁘게는 안 할테니까... 내게 그 총을 넘기면, 벌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주마. 그러니.. 자아... "

경비병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그가 앞으로 나옴에 따라 뒤로 두걸음 빠르게 물러섰다. 그 겁에 질린 듯한 모습에 경비병은 대범해졌다. 이대로 좀 더 강하게 밀고 들어가면 어려움 없이 총을 되찾을 수 있겠는 걸.

그렇게 생각한 순간, 경비병의 눈 앞에서 아이의 단아한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다시금 경비병의 마음을 멍하게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 탕----- !!! ]

경비병은 자신의 한쪽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액체를 피부로 느끼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언제 총의 방아쇠를 당겼냐는 듯한 침착한 태도로 그에게 총구를 겨눈 채로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미안하지만, '슬램의 벌레'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뭐든 할수 있기 마련이지. 솜씨좋은 사격수가 일부러 사람을 빗맞추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멋대로 쏜 총알이 사람에게 맞을 확률.. 어느 쪽이 높다고 생각해? "

맑은 음색의 목소리가 경쾌한 리듬을 타고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경비병은 아이가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의 목소리는 변성기를 지나기 전의 미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소녀의 높은 음색과는 틀린 나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정도 거리라면 소년이 정말로 총을 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거의 의미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것은 물론 경비병에게는 별로 반가운 깨달음은 아니었다.

" 하... 하하... 설마, 정말 날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짓을 했다가는 네 녀석은 살인자로 처벌받게 된다.... "

" 쿳.. 걱정도 많네. 나 역시 경비병 따위를 죽이고 사형당하고 싶진 않아. 그렇지만 .. 섣불리 움직이면 내 손이 놀라서 잘못 방아쇠를 당길지도? ... 그보다, 곧 있으면 다른 놈들도 오겠는걸? "

아까전에 경비병이 분 호각소리에 다른 병사들이 달려올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소년은 희미하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를 귀로만 들으며 시선은 계속 눈 앞의 경비병에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 너무나 어린아이 답지 않은 빈틈을 보이지 않는 태도에, 경비병은 슬슬 정말로 걱정이 되고 있었다. 저 녀석이라면 진짜로 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뒤로 돌아주길. 걱정은 안해도 돼. 쓸데없이 총소리를 울려서, 나 역시 총알받이가 되는 것은 싫으니까. "

그렇게 말하고, 비웃는 듯한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 폼이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지 쏠수 밖에' 라는 뜻으로 느껴져 경비병은 허둥지둥 불안함에 떨면서도 등을 돌렸다.

[ 퍼억---- !! ]

총을 무기로 쓰는 방법은 총알을 발사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총의 손잡이 부분을 방망이처럼 사용하여 소년은 경비병을 머리를 후려쳐서 그대로 비명소리도 내지 못한 채 쓰러지게 만들었다. 경비병의 장총의 무게는 상당한 것이라서 어린아이의 힘이었지만 힘껏 원을 그리며 올려치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리고나서 소년은 그 자리에 총을 던져버리고 잠시 내려놓았던 자기 몫의 보따리를 짊어지고는 동료들이 도망간 곳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뒤이어 도착한 경비병들이 보게 된 것은 자신의 총 아래 깔려 기절해 있는 동료의 모습 뿐이었다.

 

 

소년의 작은 몸이 미드갈의 지상, 그러나 오히려 지하보다 어둡고 음침한 공기를 품은 땅위로 내려섰다. 소년은 흙이 드러나있는 땅에 발이 닿자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 후우. "

" 후우!!! 가 아니야!!!! 루! "

" 후우우우.. 정도는 해줘야 되는거야, 제이?"

다른 소년들을 맨 앞에서 이끌고 슬램으로 먼저 돌아와있던 리더, 짙은 갈색머리에 같은 색 눈동자를 가진 15살 정도로 되어보이는 소년을 바라보며 '루'는 오히려 그의 큰 목소리를 질책하는 듯한 표정으로 가볍게 답해주었다.

" 농담따윈 집어치워! 이자식... 대체, 네 녀석이 뭔데, 그 따위로 무모하게 구는 거야!! 이번만 해도 잘못했다간... "

" 제이, 조용히 좀 말할 수 없어? 그야말로, 잘못했다간 몬스터들이 듣고 몰려올지도 모른다고? "

루의 전혀 충고를 듣지 않고 있는 말투에 제이는 다시금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루의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층부의 미드갈과는 달리 슬램지역은 몬스터의 위험에 일부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괴물들이 집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걸어다닌다는 것은 아니었다. 위험지역은 몇군데 구별지을 수 있는 지역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소릴 들으면 역시 찜찜해지는 것이었다. 

" 웃... "

" 모두 무사했잖어? 내가 한 일이 옳았다는 것은 제이도 알지? "

루는 약간은 싸늘하다고도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 너의 판단이나, 행동이 옳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 남이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겠어?? "

제이의 짙은 갈색눈동자에는 루를 걱정하는 마음이 진지한 무게를 지닌채 담겨져 있었다. 그 것을 못 느낀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고맙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일 터였다. 그러나...

" ...미안. 다음부터는 걱정을 끼치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도록 조심할께. "

그러나 이성과 냉철한 판단이 아닌, 단순한 감정 덩어리는 그다지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상층부에서 행동을 할때는. 제이는 말만이라도 의지를 굽힌 루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일단 입을 다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루 쪽이었다.

" 쓸데없이 남에게 걱정을 끼치지는 않을테니까. 너도 걱정은 그만 해, 제이. "

루는 살짝 고개를 흔든 후 똑바로 제이를 바라보았다. 그 하얗고 아름다운 선을 지닌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제이는 그 이상은 뭐라고 추궁할 말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간혹 소녀로 착각할 정도로 고운 선과 아름다운 매무새를 간직한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루라는 소년은 알고 있는건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보는 사람을 어떤 의미로든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 제이에게 다시 한번 생긋 가볍게 웃어주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들었다.

" 이제 나도 가볼께.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실테니까. "

" 아.. 그래... "

루는 자신이 가야할 방향으로 몸을 돌리다가 멈칫 행동을 멈추고는 제이에게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 참, 그리고 이제 '루' 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둬 달라고 말했지 않어? '루' 라는 애칭은 너무 어린애 같다고. 내 이름은 ' 루퍼스 ' 야, 응? "

그리고는 루, 아니 루퍼스는 휙 하니 몸을 돌려서는 제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이는 소년의 등 뒤를 조금 어처구니 없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어린애 같다니... 겨우 11살인 주제에. 넌 어린애가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거라고. "

그런 것 치고는 가끔은 섬뜩할 정도로 정말로 '어른' 같은 냉철함을 가지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제이는 소년의 그 냉철함에 싫다는 감정과도 닮은 작은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었다.

 

루퍼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등 뒤에서 제이가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돌아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사라진 채 살짝 눈썹을 찌푸린 그 모습은 어느쪽이냐면 화가 난 쪽에 가깝게 보였다.

' 남의 걱정까지 해주는.... 착한 사람이란 것은 알지만... 그때 가장 쓸모있는 행동을 한것에 까지 일일히 저런 얼굴을 하면서 말을 늘어놓는 것은.... '

루퍼스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진행시키지는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제이는 루퍼스가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어떤 의미로서는 친형제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느 누구도 믿기 힘든 이 슬램의 거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진실로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루퍼스는 불평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눌렀다.

천천히 슬램의 거리를 걷던 루퍼스는 조용히 얼굴을 들어 '하늘' 이 존재할 터인 윗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루퍼스의 푸른 사파이어와 같은, '하늘'을 정말로 본 적이 있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 것이 바로 푸르디 푸른 청공의 색이라고 감탄해 마지않을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하늘'은 비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상층부의 미드갈의 도시와 하층부의 슬램을 나누는 거대한 플레이트. 그리고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듯한 도시의 파편과 같은 전경이었다.

슬램에서는 살아가기 위한 노동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어린아이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일을 할수 있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운이 좋은 거였지만, 슬램이 유명한 것은 그 처절하기 까지 한 생활환경에 내버려진 고아의 수가 많다는 것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밤의 도둑질 처럼 고아로 내버려진 소년,소녀들이나 부모가 부모로서의 일을 못할 지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은 가끔씩 각오를 굳히고는 상층부로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었다.

루퍼스에게 있어서도 그 것은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기도 했지만, 또하나...

 

" 마황의 불빛이 조금은 사라진 제일 어두운 밤에 상층부로 올라가면, 아주 조금이지만 하늘이 보이긴 하는데... 여기서는 역시 무리구나. "

깎아지를 듯이 높은 신라빌딩. 그리고 역시나 높게 뻗어올라가 있는 건물들과 미드갈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과 같은 외벽. 그리고 거의 꺼지는 일이 없이 타오르는 마황의 불빛은 밤하늘을 가리는 장애물이었다. 그래도 상층부의 도시에서는 건물과 플레이트의 조각들이 천정을 뒤덮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루퍼스는 슬램출신의 고아들에게는 어떤 의미로는 위험한 장소인 위의 도시로 올라가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 ..... 어머니는 하늘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끝이 없도록 이어져 있다고 하셨지만... "

그리고 대지 역시 인간의 시야를 벗어나서 훨씬 먼 곳까지 펼쳐져 있기 때문에, 시야의 한계 지점에서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지만... 루퍼스에게 있어서의 하늘은, 스스로가 위로 뻗어올린 손바닥 하나로도 가려지는...그런 조그맣고 초라한 것일 뿐이었다.

 

 

=====================================지평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 계속========

 

氷雪이 씁니다. ^^ 음, 역시 ... 거의 오리지날 설정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도련님' 이 아닌 루파우스 군의 이야기입니다. -_-;;; (도련님이 아닌 것만이 아니라, 무려 슬램 태생(?) .... 쿨럭쿨럭쿨럭;;;) 나이도.. 처음에는 12살이었지만 한살 내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너무나 어른말투로 말하고 있어서 다시 읽어보고는 기겁을 하고는 조금 말투를 조정하느라 또 시간이 걸렸네요. 아아, 하지만. 저도 참으로 루파우스 군이 좋은가 봅니다. 정말로 묘사가 틀려집니다, 이 도련님을 쓸때에는. ^^;; 그럼그럼. 너무 취향에서 벗어나지 않으셨길...... (- -;;;)

 


도련님이 아닌 루퍼스의 이야기. 

氷雪님이 보내주신 소설 축전입니다.
도련님이 아닌 루퍼스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신선한만큼 읽는 데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소년 루군이라니. 듣기만 해도 이미 너무 사랑스러워요. 

과거에 쓰여진 거기 때문에, 현재 잘 알려진 루퍼스라는 이름이 아닌, 일자 번역 그대로인 루파우스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氷雪님, 귀한 소설 축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