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9일==========================

 

 

태양이 창을 타고 들어왔다. 그보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루퍼스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아, 일어나셨나요?"

 

그 무엇보다 태양같은 미소를 띄고 있는 레노가 루퍼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루퍼스는 어째서 자신을 깨우지 않았는지 추궁하려했지만 레노의 눈빛 사이에 불안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자네..."

 

"매일 눈을 뜨면 이 손안의 당신을 잃은 것을 실감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지옥 같은 아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신라가 무너지는 꿈을 꾸었고...

 

그 잔해 속에 당신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만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

 

리브가 없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을 루퍼스는 조금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

 

"그렇다고 몇 시간씩 바라보는 건 부담스럽군..."

 

피곤해 보이는 레노의 눈을 보며 루퍼스는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바라본 것을 확신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는데 당신이 없을까봐, 

또 이것이 꿈일까봐, 

혹시 새벽에 사라지지는 않을까 봐 지켜보고 있었지요..."

 

"싱겁군..."

 

"할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반한 사람은 이런 녀석이니까..."

 

"......"

 

 

「꼬르륵...」

 

"아하하하"

 

방안을 가득 울리는 소리에 레노는 무안하게 웃어버렸다.

 

" 몸으로 말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자네..."

 

"......"

 

레노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자 작은 한숨을 내쉰 루퍼스는 자신이 덥고있던 시트를 걷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라...?"

 

대충 아무거나 걸치는 성격이 아니었던 루퍼스가 시트를 몸에 둘둘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츄레이션은

상당히 생소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쌕시하고 유혹적이라서 레노는 코를 잡고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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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닥 달그닥」

 

레노는 루퍼스가 나간 문뒤로 들려오는 달그닥 소리에 옷을 걸치고 나가봤다.

 

"에, 루퍼스님...?"

 

레노의 이상한 목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무슨일이지...?"

 

루퍼스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하던 일을 마저 하며 물었다.

 

"루퍼스님 이게 무슨...'

 

레노가 경악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자 루퍼스는 접시를 레노 가까이 있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자리에 앉지..."

 

"하하..."

 

신라에서라면 꿈도 못 꿀... 

 

그 프라이드 덩어리 루퍼스님이....

 

잠시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라고 자조하던 레노가 자리에 앉자 루퍼스 역시 자리에 앉았다.

 

" 루, 루퍼스님 요리도 할 줄 알셨어요...?"

 

"물론 모르지."

 

"에...?"

 

"자네 덕분에 리브가 나갔는데 음식 할 사람이 없지 않은가...?"

 

"하아...?"

 

너무나도 자신 있게 대답하는 루퍼스에 레노는 눈앞에 보기 좋게 보이는 음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농담이네. 먹고 죽지는 않을 테니 먹어두게...?"

 

"아, 네... 음..."

 

의심이 가시진 않지만 일단 루퍼스의 눈이 무서우니 수저를 푹 퍼서 입안에 넣었다.

 

"어..?"

 

생각보다 먹을만한 음식에 레노는 잠시 놀랐다.

 

"이거..."

 

"빨리 먹지. 먹고 나면 저걸 치워야 하니..."

 

루퍼스가 가리키는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알 수 없는 음식 쓰레기가 한가득...

 

"내, 냉장고안을 다 비우신 겁니까...?"

 

"뭐... 그런 셈이지..."

 

"하..."

 

너무 자신 있게 말하는 루퍼스를 어이없이 바라보던 레노는 앞으로 음식은 자기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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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레노는 루퍼스 손에 유명을 달리할 그릇들을 위해 자진해서 설거지를 했다.

 

식탁 의자에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루퍼스의 시선이 새삼 두근거렸지만, 눈앞의 참담한 몰골은 현기증이 날 듯했다.

 

그 형태를 짐작할 수 없는 루퍼스님의 요리후유증을 마저 처리하고 나니 금세 시간이 지났다.

 

작은 찻잔을 준비해 늦은 후식인 차를 따라냈다.

 

"루퍼스님 차를..."

 

"......"

 

"아차 간식..."

 

신라에서 루퍼스의 티타임에서 늘 초고급 간식이 올라왔던 것을 기억한 레노가 일어나려 했다.

 

"간식은 내가 꺼내도록 하지... 어...!"

 

[어질..]

 

"루,루퍼스님~!"

 

레노는 새파란 얼굴로 쓰러질 것 같은 루퍼스를 부축했다.(과연 전 턱스...???)

 

"괜찮으십니까?"

 

"그보다 자네얼굴이 더 가관이군..."

 

어딘가 정신나간 레노의 얼굴은 재미있어 루퍼스는 무심결에 웃어버렸다.

 

"농담할 정도면 괜찮으신거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