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7일===============================

오랜만에 햇볕에 따뜻했다.

그러나 둘은 늦잠을 잤다.

 

모닝키스와 함께 어제하지 못한 세탁을 했다.

아직은 추우니까 실내에서 준비 했다.

 

"레노 자네는 큰 통과 세제를 챙겨놓지...

나는 세탁물을 가져 올 테니..."

 

레노는 소매와 바지를 걷은 루퍼스를 보며 흐르는 코피를 참았다.

기껏 빨은 세탁물에 코피를 묻히면 분명 또다시 샷건탄이 날아올 것이다.

 

레노는 있는 대로 코를 부여잡고 큰 통에 물을 부었다.

세제를 넣고 루퍼스가 시트와 그 외 옷가지를 가져와 밟았다.

 

생각보다 세제를 많이 부었는지 거품이 크게 일었다.

루퍼스는 드물게 당황했고 거품은 이제 방안을 주체할 수 없이 날아다녔다.

 

"어라..."

 

"......"

 

루퍼스가 조용하다. 무슨 일이지...?

 

"루,루퍼스님...?"

 

루퍼스는 정신이 나간 듯 비누방울을 본다.

 

정화...

깨끗한 방울은 그 모습도 깨끗하다.

 

레노가 조심스레 불렀다.

 

"예쁘구나..."

 

루퍼스의 비누방울과 같은 깨끗한 옆얼굴이 시선을 끈다.

 

"루퍼스님?"

 

"깨끗해... 아니 깨끗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루퍼스님...?"

 

"왜...?"

 

순간 레노의 숨이 멈춘다.

공안이 멈춰 시간을 막았다.

 

단지 루퍼스는 레노를 바라보며 웃었다.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레노를 바라보았다.

비누방울이 시야를 가린다.

 

불안하다...

가슴 한 구석에서 속삭이는 소리...

 

너는... 지금 행복한가....?

 

갑자기 레노가 루퍼스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분명 레노는 떨고 있었다.

 

사라진다. 이 사람이 사라진다.

 

"루퍼스님...."

 

음성에서 불안함이 뚝뚝 덜어진다.

 

루퍼스는 불안이 드리워진 레노의 얼굴을 잡고 가슴으로 안았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고 있다.

조금 빠른 듯 고요하게 심장소리가 들린다.

타인의 심장소리는 묘한 감동을 주고 서로에게 존재감을 확인시킨다.

서로의 심장에 손을 데고 귀를 올리며 서로의 존재감을 인식한다.

결국 눈이 아닌 다른 감각기관이 인식한다.

 

세탁은 두 사람의 뇌에서 로그 아웃...

 

"우는 방법은 잊어 버렸다... 어떻게 할까...?"

 

창백하기 그지없는...

유리같이 푸른 눈동자를 소유한 새하얀 얼굴의 새빨간 입술이 움찔거린다.

그리고 뜬금 없는 질문이 나온다...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

 

루퍼스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할까...?

 

너라면 소리를 칠까...? 아니면 파괴(破壞)를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정신을 부술까...?

 

"대신 울까요...?"

 

"응...?"

 

"루퍼스님이 우는 방법을 잊었다면 제가 대신 슬퍼하지요.

제가 대신 울 겁니다... 안됩니까...?"

 

마치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는 말투...

 

"아니... 아니... 그래 나 대신 울어..."

 

루퍼스가 웃는다.

레노인디바인 천지가 개벽해도 강산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남자...

그리고 나의 죄악감의 현신...

 

"...응...?"

 

레노가 루퍼스를 안고 침대를 굴렀다.

 

"루퍼스님은요...? 제가 우는 것을 잊는다면 루퍼스님은요...?"

 

레노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물었다.

 

"글쎄... 나는 아마... 너와 같이 눈물을 잊지 않을까.....?"

 

"그, 그런가...? 에... 그럼 아까 그건 정정할 랍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눈물을 흘리는 당신을 보고 기억할 겁니다.

잊지 않게 눈물을 흘리는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잊지 않게..."

 

억지스러운 레노의 말투에 루퍼스가 미소를 짖는다.

그리고 레노의 키스...

 

즐거운 하루...가 지났다.

그러고 보니 세탁을 끝내지 않았다.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아무래도 좋았다...

 

 

당신이 우는 것을 잊는다면 내가 대신 울어 드려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