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5일==============================

 

시내로 다시 레노를 보내고 집안으로 돌아와 시트라도 정리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돌연, 시야가 흔들리고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

언제와 같은 빈혈인가 대단치 안을 꺼라 생각하는데 목구멍 안쪽이 뜨겁다.

입안에서 혈향(血香)의 비린내가 난다.

 

"제길..." 

 

그 향은 구역질을 동반해 목구멍을 치솟아 손으로 막는 것이

무의미하게 입에서 손안으로 흘러내린다.

그리고 생리적인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새빨간 것이 넘쳐흐른다.

방안에 혈향(血香)이 내려앉는다.

 

현기증과 동시에 결국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의식은 점점 자신을 떠난다.

레노가 오면 놀랄텐데...

이렇게 쓰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찰나의 방심으로 정신을 놓쳐버렸다.

 

-----------------------------------------------------------

 

힘겹게 눈을 뜨면 자신은 자신이 쏟아낸 피 위에 쓰러져 있었다.

흔들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지탱해 일어나면 자신이 방 한가운데 쓰러져있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방안의 혈향(血香)이 역겹다.

끈적끈적한 촉감 역시 기분을 상하게 한다.

오한이 들어 몸이 떨린다.

체온이 어디까지 떨어진 것인가 생각하며 일단은 환기를 생각한다.

침대에 있는 시트를 걸치고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들여 걸음을 옮겨 창문을 열었다.

 

서늘하다 못해 매섭다.

차갑다 못해 눈물이 난다.

 

다음은 피를 닦아내야 한다.

빨리 닦지 않으며 바닥에 베어버린다.

 

피를 지우는 것은 고도의 기술...

 

그러나 이것이 과연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한 양이었다.

 

옷을 벗어 갈아입고, 걸치고 있던 시트와 피를 닦은 천과 함께 소각한다.

피에 물든 것은 모두 태워낸다.

 

많은 시간이 들인 증거(證據)인멸(湮滅)...

 

빨리... 조금 있으면 그가 레노가 돌아온다...

레노는 그렇게 보여도 상당히 예민해서 그 누구보다도 속이기 힘들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루퍼스는 방안을 돌아보며 흐릿한 눈을 감는다.

이미 혈향(血香)은 지워졌고 피와 관련된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레노가 들어온다.

 

"루퍼스님~!!!"

 

급하게 돌아온 그는 역시나 루퍼스부터 찾는다.

정말이지 예상하기 쉬운 머리다...

 

"루퍼스님~! 루퍼스님~!"

 

역시나 끊임없이 루퍼스의 이름을 부르며 집안을 뒤지다 침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정신없이 자고 있는 루퍼스에게 달려온다.

"루퍼스님...? 자고 계시는 겁니까...?"

 

어느새 목소리가 작아진다.

 

문득(지금에서야) 그는 루퍼스가 병석에서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에서 나오는 한숨은 안도와 아쉬움이 묻어 나온다.

 

레노는 침대가 흔들리지 않게 옆에 앉아 루퍼스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사람...

 

그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디까지 사람을 놀라게 해야 속이 편한 걸까...?

 

제일 피크는 웨폰에 의한 신라빌딩 붕괴...

나는 자신이 왜 그를 두고 임무에 투입되어 있었는지 저주했다.

그를 지켜준다 매일 같이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 버렸다.

 

내가 그를 잃고 자신을 부셔버린 것도 과거가 되었다.

 

내 생애 최고의 행운...

그를 만났다는 것...

그를 되찾은 것...

그와 같이 있는 것...

그가 나의 것이 되는 것...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