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jurou님의 축전] A Better Day - 4
A Better Day《하얀색 무덤...》
by seijurou
===========================8일==========================
"꼭 가야합니까?"
있는 데로 볼펜인 소리를 내고 있는 레노는 보며 루퍼스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둘이 꼭 붙잡고 굶어죽기라고 하자는 건가?"
"뭐 통신판매라던가 배달서비스라도..."
"이 곳으로...?"
루퍼스가 하얀 손가락으로 주변을 가리키자 레노는 고개를 돌렸다.
여기는 아이시클로지...
올 턱이 없다...
"하아..."
사장을 혼자두고 가는게 가슴이 저리도록 싫다.
하지만 2번의 식사로 이미 1달치 식량을 먹는 것이 아닌 요리하는 것으로 날린 사장에게 뭐라 할 수 없는 레노였기에....
사실 어떤 의미로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그럼 리브에게...."
미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레노에게 웃음이 나오는 루퍼스지만 역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쫓을 땐 언제고 식량 가져다 달라고...?"
"그치만..."
"그럼 내가 가길 원하나..?"
루퍼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하자 레노는 열심히 머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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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보낸다고?
사장이 알면 난리 치겠지만 전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진...
게다가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저 사람을 어디로 보낸다고?!!!!
결국 레노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투덜거리며 ***로 떠났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레노를 보며 안심한 루퍼스는 아이시클로지의 매서운 바람을 피해 집으로 드어갔다.
"세탁이라도 해볼까...?"
루퍼스는 무심결에 중얼거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세탁...
식사준비...
간식준비...
한가로운 시간...
그리고...
요즘 들어 낯설지만 나쁘지도 싫지도 않은 미묘한 기분이란...
갑자기 레노를 배웅하다 갑자기 내려간 체온 덕분에 오한이 느껴졌다.
"일단은 차를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루퍼스는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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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상점가를 돌며 필요한 물건을 사던 레노는 낮게 욕설을 해가며
루퍼스가 꼼꼼(?)하게 적어준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전턱스 멤버 레노인디바인...
그는 그저 애처가(愛妻家) 일뿐이었다.
레노는 커다란 봉지에 하나가득 담겨진 남들 한달 이상의 식량을 안고 있는 모습이
짐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단 가져온 차에 짐을 쑤셔 놓고 품안을 뒤져 담배를 찾았다.
"어, 어라...?"
그러고보니 마지막 남은 독대를 야채가게 주인과 실랑이하다가 펴버린걸 잊고 있었다.
"제길..."
차 문을 박차고 근처 상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삼 주위를 돌아보면 평화로운 광경이다.
예전 신라의 턱스의 멤버일 때 보았던 사람들은 아바란치의 표현을 빌리면
신라의 지배를 받는 불쌍한 민중...
하지만 정말 그런가는 루퍼스를 찾아 헤맬 때 레노가 보아왔던 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신라가 망했을 때 사람들은 기뻐하며 춤을 췄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사람들이 구실 점을 잃고 패닉에 빠져 범죄가 들끓거나,
부의 잣대가 되었던 마황로의 부재로 사람들은 풍요를 잃었다.
물론 곳곳에서 일어난 패닉의 상황은 현재 줄어든 상태...
그 결과 이 거리는 이렇게 평화롭게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루퍼스를 거리에 내보낸다는 건 뱃속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과 같으리라...
조용히 자조한 레노가 골목 구석의 작은 상점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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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담배..."
[커억]
"꺄아악~! 더워~! 더워~! 아저씨 물~!!!"
레노가 담배를 주무하려고 손을 드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운 녀석이 들어와 레노를 치고 주인에게 달려갔다.
"이런 썩을...!"
"아저씨 물이요. 물!"
"어...?"
저 녀석은....
"여전히... 유피는 시끄럽군..."
고개를 문쪽으로 돌리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
"거봐 클라우드, 저기 먼저 온 손님을 밀치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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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랄까 황당하다고 해야하나..?"
레노와 클라우드일행은 조용한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
"헤에 당신 살아 있었어...? 하긴 신라가 망하고 어디론가 갔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유피...!"
언젠가 이리나와 같이 뚱땡이에게 잡혀간 그 방정맞은 아가씨군...
"뭐 이제는 적이 아니니 그만두지..."
"잘... 지내나보군...?"
클라우드가 조용히 말했다.
"......"
"당연히 잘 살지. 그보다 너희들이야말로 잘 지내는가 보네...?
좋은 현상이지"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니까...."
"그런가...?"
레노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담배를 물었다.
"근데 자네는... 행복해...?"
"......아마도"
한참만에 대답을 한 클라우드를 보며 레노는 미소지었다.
그래 너희는 그렇게 나는 이렇게 신라붕괴 후 우연히 만난 것일 뿐 이제는 다시 만나기 어렵겠지...
간혹 어쩌다 만난다 하더라도 너희는 그대로 지금처럼 변하지 않겠지...?
어쩌면 그것 나름대로 볼만할지도 모르겠군...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지금은...
"아아 오랜만의 재회에서 미안하지만 난 이제 가봐야 해.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혼자 있을 그 사람이 기다리고있으니까 이곳에서 농땡이 칠 수는 없겠지...
레노는 자리를 털며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부디 잘 있으라고..."
"......."
"어라 가는 거야? 그럼 다시 만날 수 있음 다시 만나자구~!"
유피가 큰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들었다.
'역시 이리나와 닮은 것 같아...'
"잠깐..."
피식 웃으며 가고 있으니까 뒤에서 클라우드가 부른다.
"......?"
"넌... 넌...
지금 행복한가...?"
「피식...」
"잘 있으라구..."
레노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흔들었다.
행복...
나는 지금...
나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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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퍼... 스... 님... 루퍼... 루퍼...스...님...."
깊고 깊은 의식 한구석에서 작은 소리가 울린다.
애타게 자신을 부르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아니까...
내 이름 루퍼스인거 아니까...
금방 일어날 테니까...
시끄러웟~!!!!!
힘겹게 눈을 뜨자 상당히 놀란 듯 안달한 듯한 얼굴이 보인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레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놀랐습니다. 왜 여기에 이렇게 쓰러져 있는 겁니까~!"
"뭐지 레노...?"
루퍼스는 부축하고 있는 레노의 어깨를 짚고 일어나며 물었다.
아무래도 차를 한잔하려는 거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는 기억나지 않았다.
돌연 일어난 상황에 상당히 놀란 듯 레노의 얼굴은 새파랗다못해 하얗다.
"남은 부랴부랴 집에 돌아왔더니만 루퍼스님이 부엌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그... 그런가...? 갑자기... 잠이... 그런데 사오라는 건 다 사왔나...?"
"그거야 다 사왔지만 정말 괜찮으시는 겁니까?"
레노의 얼굴은 아직까지 핏기가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루퍼스야 그보다 더한 얼굴이었지만...
"괜찮아 잠시 졸렸으니까 그 이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아하하~"
루퍼스가 레노를 노려보자 레노는 손으로 부채질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세탁을 하려고 했는데 틀렸군..."
"네...?"
레노에겐 역시 놀랄 일 뿐이다.
루퍼스 고고하고 도도한 대기업 신라컴퍼니의 차기 회장
그런 그가 세탁이라니...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나보군...?"
그런 레노의 표정을 읽은 듯 루퍼스가 말했다.
"아, 아무래도..."
"흠..."
"루퍼스님 당신을 신라컴퍼니의 사장실에서 본 사람들이라면 정상적인 반응 같은데..."
'언제나 도도하고 금욕적인 당신의 모습은 꽤 자극적이고 사랑스러웠거든요...'
입 밖으로 이 말을 하면 당장 샷건을 날리셨겠지만...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나만을 봐주세요...
나를 위해 웃어주세요...
내 앞에서만 울어주세요...
내 안의 이 붉은 피는 당신의 것... 당신만의 것...
나를 소유해 주세요...
"흠... 그랬나...? 하지만 살기 위해서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지..."
루퍼스는 어느새 내려온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두근~!》
"하하... 그거 알아요?"
레노는 루퍼스를 등뒤에서 안았다.
"뭘...?"
루퍼스가 예쁜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봤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쳐 날뛰었다. 정말이지 이사람은...
"우리 사장님은 머리를 쓸어 올리면 짱 섹시한 거...."
"으..음..."
레노가 조용히 귓가에서 소곤거리자 루퍼스가 신음을 흘린다.
"빙고.. 여전히 민감 하시네요...?"
언젠가 회의실에서 자고 있던 루퍼스의 귀에 바람을 넣었다가
샷건탄에 엉덩일 맞은 기억이 있는 레노는 피식 웃었다.
그때도 지금도 루퍼스는 하얀 얼굴이 티가 날 정도로 붉어졌었고 귀엽다.
"정말 좋아해요 루퍼스님... 사랑해요... 루퍼스님...
나에겐 당신뿐이라고요... 루퍼스님... 나랑 계속 같이 있어줘요 루퍼스님... 루퍼스님... 루퍼스님..."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욕망을 자제한 체 루퍼스님의 귀에 속삭였다.
언제나 하고 싶었던 말...
할 수 없었던 말...
한참을 그러고 서 있기만 하자 루퍼스가 레노의 팔을 잡고 풀었다.
"내 이름 루퍼스인거 아니 이제 그만 떨어지지...?"
"에이 분위기 깨지게 스리..."
"또다시 엉덩이에 샷건탄을 맞아야 떨어지겠나...?"
"아 제 엉덩이 보고 싶으시다고요?
언제든지 루퍼스님이라면 보여 드릴 수...."
레노는 루퍼스의 어깨를 두른 손을 치우고 바지의 버클을 잡았다.
"바보~!!! 죽엇~!!!"
《탕~!》
"에... 엑...?!"
루퍼스는 결국 아주 아주 새빨개진 얼굴로 벽에 걸린 샷건으로 레노의
머리칼을 쐈다.
레노의 핏빛 붉은 머리칼은 사락사락 레노의 얼굴 옆에 떨어져 내렸다.
"엑?!!"
"죽어 버렷~! 레노 인디바인군~!!!!"
"까울~!!!"
《탕~! 탕~! 탕~! 탕~!》
아이시클로지...
얼음과 매서운 북의 바람이 부는 곳...
지금은 단지 샷건탄 소리가 무한대로 울리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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