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되기 전에 몇가지 새해 목표를 잡은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글레이징을 해보자, 는 거였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글레이징은 뭔가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고, 최근에야 유튜브를 보면서 어떻게 하는건질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올해 목표로 잡았다. 그래도 포토샵 짬바가 얼만데 설마 색상변환 정도 못하겠냐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평소에 사진 색상보정 하던거랑 전혀 달라....

아무튼 그 글레이징의 희생양(?)이 되었던 이번 루에어 그림.
작업기간 무려 1월 6일~2월 21일. 물론 중간에 거의 그림 안 그리고 놀긴 했지만 도망다닌데는 이유가 있다. 진짜 너무 그리기 싫었어.... 책상 앞에 앉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그리는데 그 책상 앞에 앉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이건 원래는 에어리스 생일 그림으로 쓰자고 생각한 거였다. 지금...은 단순 좋아하는 최애캐 묶음... 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한때 루에어를 팠던 사람으로서(그리고 사실 지금도 파라고 하면 팔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로판풍 루에어가 보고 싶었다. 로판 하면 드레스와 왕자복!! 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의상은 그걸로 정했는데 이거 두개 다 그려본 적이 없어ㅋㅋㅋㅋㅋ 태어나 한번도 왕자복같은거 그려본 적 없다 ㅋㅋㅋㅋ 보기만 했지 ㅋㅋㅋ 그렇다고 드레스를 그려본 적 있나? 그것도 아님. 드레스는 진짜 어릴적에 그려본 이후로는 그려본 적 없다. 그 어릴적이 대략 내가 기억하기론 나 유치원생이었을 무렵이었던 듯. 그 때 이후론 공주를 그려본 일이 없는거 같아.....

화려한건 애초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드레스의 디자인은 심플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자 하는 자세가 어차피 앞판을 전부 숨기고 있으므로 등 라인만 신경쓰면 되었다. 왠지 공주풍이라니까 퍼프 소매가 떠올라서 그걸로 하기로 했다. 저게 저렇게 질감이 두껍게 그려질 줄은 그때는 몰랐다 진심으로. 아직 질감이나 두께를 표현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걸 까먹은 모양이다.

바꿔서, 사장의 왕자복은 그냥 저런 복장을 죽어라 서칭했다. 서칭한 이미지들을 대략적으로 공통점 찾아 그린 게 저거다. 그냥 막연히 저... 띠 같은거랑 벨트, 견장?정도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테두리는 금빛이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아주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 머릿속에 떠올린 매듭 재질의 바이어스가 얼마나 고달픈지, 자수가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를 막연히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거 부터가 문제였다. 근데 웃긴게 루퍼스 인체 뜯어고치는 것보다 매듭이랑 바이어스 파는게 더 재미있긴 했다. 그 질감을 살리지 못해 고군부투한 건 나중 이야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스케치가 나왔다. 사장 허리가 길어서 그거 줄이고 어쩌고 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현재까지도 마음에 안든다는게 문제. 아무튼 저 그림은 그래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 이후 그림이다. 아 그러고보니까... 사장 목에 있는 그 장식... 안그렸구나. 그거 완전 까먹었네. 스케치 보고 지금와서 깨달았다. 이제와서 다시 그릴수도 없.. 다기보단 그릴 생각 없다. 이 그림 너무 오래 그렸어... 난 낡고 지쳐서 저거 못 그리겠다....


그릴 때 쎄벼팠던 바이어스와 매듭, 그리고 완성본에선 꽃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사장 벨트 무늬. 아니 저 벨트 진짜 ㅋㅋㅋㅋㅋ 맘에 드는데 ㅋㅋㅋ 앞에 꽃 들어간단 생각을 저 순간만큼은 진짜 까먹고 있었어 ㅋㅋㅋㅋ 대충 그릴걸 ㅋㅋㅋㅋ

색 입혔을 땐 이런 모양이었다. 지금은 꽃에 가려 안 보임 ㅋㅋㅋㅋ 이 그림에서 몇 안되는 애착가는 부분이 가려졌어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릴줄 모르는 요소들을 잔뜩 묶어놓은 그림을 그리는데 한달이면 족하겠지 했지만 그릴줄 모르는걸 묶어놓은 만큼 자료도 많이 찾아야 했고 어려워서 그리기 싫어 거의 도망만 다녔다. 한달동안 그림 그린 날이 보름도 안되는듯. 그 와중에 사장은 계속 체격 문제와 인체 구도 문제로(지금도 맞는다곤 안했다)계속 수정해야 했고 손 사진 찍어와서 보고 그리고, 이거저거 검색해서 참고해 그리고... 흑백으로 양감 입히는 게 대략 끝났을 때는 1월 말이었다.

그리고 목표가 글레이징이었던 만큼 레이어를 추가 생성해야 하는데 저게 저래봬도 해상도 400에 4000픽셀 정도 그림이라 사이즈가 커서 프로 크리에이트에서는 레이어가 8개 이상은 생성이 안돼.... 그래서 포토샵으로 옮겨왔다. 아무래도 이 쪽이 색 변환하는덴 더 익숙할 것 같기도 하고, 일단은 레이어가 추가 생성이 되질 않아 옮겨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 펜 타블렛... 사놓고 한번도 그림그리는 데 써본 일이 없다... 내 펜타블렛은 옛날에 샀을 때 플래시 게임 한 거 외엔 나와 놀아본 적이 없어...

그래서 이번에 작업영역 설정하는걸 처음 해봤다. 듀얼 모니터다보니 타블렛 커서 굴려서 작업위치에 갖다놓는게 너무 힘들다보니 타블렛 활동영역을 모니터 하나에 고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자잘한 설정 못했다... 뭐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그렇게 생애 첫 글레이징이 시작되었다.

원래 포토샵으로 이미지 보정하는게 익숙하다보니 색 조절정도야 문제없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원하는 색을 직관적으로 칠하는 일반 채색에 비해, 레이어 속성을 이용하는 글레이징은 내가 원하는 색을 바로 쓸 수가 없었다. 때문에 원하는 색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감으로 때려맞추고, 중첩해서 원하는 색에 가까운 색을 내도록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 와중에 원래 그렸던 에어리스의 눈이 뭔가 어안같아서 다시 크리에이트로 끌고와서 수정(도저히 펜타블렛으론 못 그리겠더라.... 시도는 해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모니터랑 내 거리가 구억만리 떨어져있는 기분이었다.)하고 다시 컴퓨터로 끌고와서 또 채색하기 시작. 진짜 삽질의 연속이었다. 스케치는 똑바로 해야겠다고 또 다짐했다. 스케치 똑바로 하자는건 그릴때마다 다짐하는데 한번도 지킨 적 없다. 사실 근데 이게.... 그릴때는 최선을 다해 그린거 같고 나름 이상하지 않은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꼭 나중가서 일을 쳐서...

그리고 어느정도 채색을 끝냈을 때 그 죽이는 촌스러움에 좌절. 근데 지금 파일 정리하면서 보니까 지금과 별반 색이 크게 차이지지 않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심각하다 생각했을까. 흑백에서 컬러로 가는 그 과도기를 못 참는 거였을까. 아무래도 흑백이 예쁘긴 하니까.... 덕분에 에어리스 드레스가 흰색이 될 뻔했다. 그래도 에어리스 이미지 컬러가 핑크라 어떻게 핑크를 입히긴 했는데... 뭣보다 사장이 흰 옷이라 둘 다 흰 옷을 입혀놓으니 뭔가 밋밋해 보여셔... 지금은 딱히 나쁘진 않아보인..다고 생각한다. 

사장의 옷도 원래는 흰색에 가운데 띠만 라벤더색이었는데 아무래도 깃도 디폴트 의상처럼 라벤더인 게 좋을거 같아 그렇게 했더니 세상 촌스러워서 한동안 고민했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눈에 익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길래 밋밋한것 보다야 낫겠지 싶어 라벤더색으로 가기로 했다. 

진짜 색 입히면서 갖은 삽질을 한듯. 

에어리스의 머리 장식. 꽃이라고는 옛날에 AC원고할 때 데이지 그려본게 다인데... 이번 기회에 꽃을 두종류나 그려봤다. 백합도 그려보고....
백합은 대략 너댓송이 그린 후 그거 조합해서 세송이쯤 만든 후 복사 붙여넣기 반전으로 화면 아래를 죄다 채웠다. 원래는 흰색 뿐이었는데 그렇게 해놓으니 뭔가 화사하질 않아서 노란색과 섞어 넣었다. 

사장의 바이어스는 분명 흑백때는 나름 괜찮았는데 뭔가 컬러 입히고 나서 난리난듯. 저게 레이어 속성을 제대로 받질 않아서 고생했지... 그리고 저거 보정할 무렵 이미 매우 낡고 지쳐서 더이상 파고 싶지 않았다.... 

 


대략 이거 그리면서 만들어진 파일리스트. USB에 더 있다.
원래 잘못됐을 때를 대비해서 파일을 줄줄이 생성하는게 버릇이긴 한데, 이번에는 레이어 제한때문에 더했다. 리스트로 보면 같아보이지만 내부 레이어 내용이 조금씩 다 달라서... 이제 끝났으니 지워도 되겠지. 

진짜 오랫동안 그린 것 같다... 실제로 그린 날짜로만 카운트해도 꽤 오래 그린듯. 
생소한걸 여러개 시도해보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한가지를 오래 그리다보니 지겹고, 다른거 그리고 싶고, 특히나 어려운건 하고싶지 않아서... 근데 이 그림 나한테는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웠다. 
그래도 신기한게 재미있었다. 매듭 파는것도, 단추 그리는 것도, 벨트 무늬 그리는 것도... 유일하게 재미없었던 게 사장 인체수정이었는데 그게 가장 어려워서 그랬던 듯 하다. 그리고 여전히 마음에 안들고. 

이제 끝났다!! 여러가지로 미흡하고 맘에 걸리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끝났다!!

언젠가 지금보다 더 나아져서, 이걸 다시 수정해서 그려볼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레이징에 대한건 아직 미련 못버렸다. 겨우 한번 해봤을 뿐인데. 좀 더 익숙해지면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생각중이다.

  • 가운데 눈의 반짝임 부분은 스크린모드. 까먹을까봐 메모해둔다 원본 위를 멀티플라이로 복제해서 색감을 진하게 조정했는데 워낙 미미해서 이게 조정전인지 조정후인지 헷갈리는데 아마 조

    2021-03-20 18:17:39
  • 2021년이 되기 전에 몇가지 새해 목표를 잡은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글레이징을 해보자, 는 거였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글레이징은 뭔가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고, 최근에

    2021-02-22 01:00:55
  • 한 해에 최애캐 셋을 동시에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선물같은 일이... 다들 조금씩 달라진 모습으로 먼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된 게 너무 놀랍고, 처음

    2020-12-29 14:35:56
  • 오... 워터브러시에 포함된 레이어 속성 열일했네. 워터브러시 속성 없애니 저난리가 나는데. 이 와중에 사장 채색 깔끔해서 웃었다ㅋㅋㅋㅋ 아.. 이거 업로드하다 식겁했다. 첨부파

    2020-12-24 00:13:48
  • 요새 양감 익힌다고 계속해서 흑백으로만 그리고 있는데 이거 꽤 즐겁다. 아. 지금 알았는데 청 단추 위치... 윗단추 좀 더 위였구나. 몰랐다. 스케치에서 저렇게 해놓고 색 덮으

    2020-12-05 22:40:36
  • 덩어리감을 익히는 게 좋다고 해서, 반무테가 탐나기도 해서, 최근에는 이것저것 흑백으로 그려보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글레이징 해보고 싶어... 여전히 러프하게 덩어리를 잡은 걸

    2020-11-27 22:02:34
  • 오랫동안 2차한만큼 각 캐릭 그릴때 마음가짐이 뚜렷하다. 뭔가 캐별로 좀 더 집착하게 되는 그런 부분이 있음. 에어리스 : 예쁘고 상큼하고 사랑스럽고 그냥 내그림 아닌거 같이 잘

    2020-11-09 20:40:59
  • 레퍼런스 BH RE3. 얼마전 술마시고 로켓런쳐 하나 믿고 겁도 없이 나이트메어 모드 들어갔다가 막보에게 10회 이상을 죽고 게임을 껐다. 그 충격이 너무 커서 레퍼런스는 인터넷

    2020-10-29 20:36:58
  • 20200904 점검 후부터 시작된 이벤트. 내가 알기론 루퍼스 플레이어블 캐는 최초. 사장을 동료로 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전날부터 환호했다. 라피스와 티켓을 통털어 겟. 너무

    2020-09-11 17:17:42